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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금요칼럼]국회무용론(137) 여야가 합작하여 벌이는 행정통합의 거대 사기극, 행정통합은 시민주권과 같이 가는 것 아니다

최자영 | 입력 : 2026/05/10 [14:04]

민형배(민주당)의 ‘시민주권’은 이정현(국힘당)의 통합 논리와 같이 관료적 발상
민형배의 ‘시민참여’는 결정권 없이 합의 도출의 과정으로만 이용
무늬로만 ‘국민주권’, ‘시민주권’을 파는 것은 현 정부의 사기극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초대 시장 선거를 앞두고, 민형배(민주당)와 이정현(국힘당)의 대담이 실렸다.(한겨레, 2026.5.8.) 민형배는, “전남·광주 통합, 역사적 복원…시민주권으로 성장·균형 추진”, “성장통합, 균형통합, 기본소득, 녹색도시, 시민주권의 통합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민형배에 따르면, 통합특별시 초대 시장은 40년 분단 행정을 실제로 끝낼 준비가 된 사람이어야 한다”, “전남과 광주는 원래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그러나 ‘분할 통치’를 시도한 전두환 정권의 분리 정책 이후 행정적으로 갈라지고 정치적으로 경쟁해왔다. 통합은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고 다시 하나로 서는 역사적 복원”이라고 한다.

민형배의 이 같은 발언은 황당한 데가 있다. ‘하나의 생활권’은 반드시 행정통합을 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행정단위와 생활권은 같은 것이 아니다. 오늘 전국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화해 있는 마당에, 그러면 전국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되어야 하나?

민형배는 전두환의 분리정책으로 광주, 전남의 행정이 갈라지고 정치적으로 경쟁했는데, 이제 ‘통합’으로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다고 한다. 정치적 경쟁을 나쁜 것으로 몰아세우는 민형배는 경쟁을 배제한 획일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경쟁은 나쁜 것이 아니다. 경쟁이 있어야 서로 자극받고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경쟁 없는 획일성은 창의성과 활기를 없애는 살충제이다. 서유럽 민주주의는 가능한 한 행정구역을 잘게 세분한다.

민형배는, “4년 뒤 시민들이 ‘통합하길 잘했다’고 체감하는 도시가 목표”라고 한다. 문제는 그 4년 뒤, 시민들이 ‘통합한 것을 후회“할 때의 대책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통합이 별 도움이 안 될 때는, 도로 분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은 시민주권에 따라 시민들이 다시 통합을 해체하고 원위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형배에게는 그런 제도적 장치의 구상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기업과 청년이 돌아오고, 성장 이익이 시민 삶으로 환원되며, 시민주권정부가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도시“가 아니라, 마⸱진⸱창(마산-진주-창원)의 선례에서처럼, 행정통합이 주변을 더욱 빈곤하게 하고, 기회는 중심과 외부자본이 독식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져도, 지역주민은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광주⸱전남 통합이 이루어진 과정을 보면 자명해진다. 그 통합은 지역 시민(주민)의 뜻이 아니라, 중앙 국회에서 선 입법하고, 그 다음 광주⸱전남을 추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주민의 결정은 물론, 의회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 국회가 지역에 일방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주민 및 의회의 뜻이 무시된 것은 2중의 부작용을 야기한다. 첫째, 행정통합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 다시 해체할 수 있는 권한 및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이 주권을 갖지 못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민형배가 아무리 행정통합을 통해 시민주권을 실천하겠다고 떠들어봐야, 그것은 현실과 거꾸로 가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둘째, 시민주권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행정통합 이후 시민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정을 견인해갈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통합되어 더욱 강력해진 권력은, 효과적 견제장치가 없을 때, 필히 관료주의의 강화로 선회하게 된다.

왜 자신이 초대 시장이 돼야 하나라는 질문에, 민형배는 중앙정부와의 유대를 강조했다. “정책 실행 경험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를 함께 갖췄다”, “청와대의 ‘통합 지방정부 재정지원 티에프(TF)’와 즉시 협의할 수 있는 실질적 채널을 갖추고 있다” 등이 그러하다. 중앙정부에 대한 종속의 조짐은 이 같은 민형배의 대담 내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장·대화·소통 세 가지 원칙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하는 민형배가 제시한 대표 공약 1호는 ‘시민주권정부 수립’이다. 그것은 “정책 전 과정을 시민이 제안·숙의·실행·평가하는 구조로 바꾸고, 모든 회의와 자료를 전면 공개해 행정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 시민이 실제 의사결정 주체가 되는 구조로 행정의 중심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 한다.

여기서 민형배는, “시민이 실제 의사 결정 주체가 되는 구조로 행정의 중심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민참여 기반의 행정 구조로 전환”, “기존처럼 정치가 갈등을 중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꾸겠다. 3청사(광주·무안·순천) 균형 운영 원칙을 지키면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 시민이 통합 과정을 통제하도록 하겠다” 등 구상을 밝혔다.

민형배는, 통합행정의 이 같은 구상이 “시민참여 기반의 행정 구조로 전환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균형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하고, 균형통합의 전망으로, 동부권은 신산업, 서부권은 에너지·해양, 중남권은 케이(K)-푸드, 광주는 인공지능·문화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겠다. 도서와 농(산)어촌에는 소득과 생활 기반을 강화해 정주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 등의 구상을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민형배식 전망의 제시가 시민 측에서 볼 때,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공허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시민참여 기반의 행정 구조”, “균형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시민참여 기반이나 균형통합은 반드시 행정단위를 통합을 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통합은 도리어 시민참여와 지역간 '균형'을 방해한다. 

'균형통합'이란 말 자체가, '통합'을 정당화하기 위해 '균형'을 억지로 갖다 붙인 듯, 어폐가 있다. 한편으로 지역 간 균형은 '통합'이 아니라, 자치지역 간의 연합을 통해서 실현 가능한 것이다. 다른 한편, '통합'은 시민 주권을 훼손하고, 관(官)이 주도하는 구조에서,  대화·소통의 대상이란 허울하에, 시민은 수동적 들러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시민을 들러리 세우려는 의도의 명백한 증거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하는 민형배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문제점을 노정한다. 첫째, 시민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경우, 관(官)에서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라는 전망은 광주⸱전남 행정통합 과정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합의의 도출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민주정치는 토론은 하되, 결정은 다수결로 한다. 민형배가 다수결을 말하지 않고, 합의를 주문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을 관에서 통제하겠다는 뜻을 전제한 것이다.

둘째, 시민이 참여하여 합의하는 의제가 한정적이다. 민형배가 예로 든 것은, 3청사(광주·무안·순천) 균형 운영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해 시민이 통합 과정을 통제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 외의 사안은 관에서 주도한다는 것 같다. “산업 대전환, 균형 발전, 행정 체계 혁신,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성장 엔진 구축,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 등에서 다 그러하다.

행정통합은 현 이재명 정부에서 꺼낸 화두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때부터 집요하게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현 정부에서 ‘5극3특’이라는 옷을 입혀 밀어붙이고 있다. 5극3특의 경제광역화는 행종통합과 아무런 필연적 연계고리가 없다. 행정과 경제광역화는 완전히 별개 차원이 문제이며,; 행정통합은 광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는 커녕 관료적 폐해를 증가시킨다. 그래서 저 초광역 경제단위 유럽연합은 행정통합을 지향하지 않고, 각 지역 간 연대와 협력에 기초한다.

민형배의 대항마로, 광주·전남 통합특별시장 국힘당 후보로 나선 이정현도 행정통합 지향적인, 구시대의 낡은 관료주의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광주, 전남이 따로 움직이는 행정 분절 때문에 공항, 항만, 산업단지, 대학정책이 서로 충돌했다, 과감한 통합행정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지역민의 다양한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 행정권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이정현식 논리에 따르면, 광주, 전남뿐 아니라, 전국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이 지역간 충돌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그 통합은 다양한 시민의 뜻이나 지역자치 존재의 기반 자체를 말살하게 된다.

민형배의 공약 제1호, “시민주권‘이란 것도 이정현식의 통합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시민이 결정의 주체가 아니라, 합의의  주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합의란, 외부적 강제가 작용하지 않는 한, 대개 실현불가능한 것이다. 민주정치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에, 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이며, 그것이  다수결이다. 시민을 합의 도출의 과정으로 이용하려는 민형배의 사전에서는 시민 주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이 관료적 입김 아래에 놓인 종속적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은 윤석열, 이재명 정부를 가리지 않고, 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요되고 있다. 지역자치를 형해화하는 이 같은 권력구조의 통합은 대통령 이재명 및 민주당의 개헌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 정책공약 제1호는 대통형 4년 중임제이다. 유신헌법 이래 박탈당한 국민발안제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근 40년만의 개헌에서 팥소(앙꼬) 빠진 팥빵을 만들려고 여야가 죽이 맞았다.

‘국민주권’을 팔면서 국민발안권을 개헌에 포함할 생각이 없는 현 정부의 개헌론은 ‘시민주권’을 팔면서, 시민에게 결정권을 부여할 생각이 없는 민형배의 ‘행정통합론’을 뻬박이로 닮았다. 실없이 무늬로만 ‘국민주권’, ‘시민주권’을 파는 것은 현 정부의 사이비 사기극이다.

이것은, 국민의 정치적 발언권과 결정권을 원천봉쇄하고, ‘그들만의 배타적 리그(카르텔)’를 유지하려는 위정자들의 비민주적 배타성을 노정한다. 그 주된 책임은 남의 손 빌어서 득 보려는 한국 민초의 무기력한 근성으로 귀속된다. 결국 오늘 한국 정치 질곡은 정치적 민도가 낮은 민중, 시민 탓이다. 당연히 스스로 해야 할 정치를, 남의 손 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여기는 타성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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