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가 지지부진한 원인은 최상목이 아니라 기실 국회 여야 짬짜미 때문
국회에서 힘 빠지니 헌법재판소의 용단 있는 결정도 물 건너 갈 듯
국회 여야 짬짜미의 중심에 국회의장 우원식이 자리하고 있어
전광석화같이, 불과 사나흘 만에 국회 내란특검법이 누더기가 되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이 기존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지난달 말(12.31일),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친 것이 이달 8일, 두 번째 내란특검법 발의가 이튿날인 9일이다. 국회 재표결에서는 재석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되었다.
내란특검법 재발의에서 민주당은 국힘당의 대거 요구를 수용했디. 첫째, 특검(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 추천’ 특검에서 ‘제3자 추천’으로 바꾸었다.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넘겨, 대법원장이 2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1명을 임명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둘째. 대법원장 추천 후보에 대한 야당(민주당)의 거부권(비토)도 포기했다. 셋째, 수사 인력은 1205명에서 155명으로 줄이고, 수사 기간도 90일에서 20일 줄여 70일로 정했다.
이에 대해 국힘당은 “특검 임명과 관련해 제3자 추천으로 국민 눈을 가리려고 했을 뿐”, “수사 범위가 거의 무제한 전방위적”, “군사 기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광범위하게 허용했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방해할 수 없게 한 특례조항은 심각한 문제” 등의 논평을 냈다.(시사포커스, 2025.1.13.)
민주 야당이 재발의에서 ‘제3자 추천’ 등 국힘 여당의 요구를 대거 수용한 것은 “누가 특검을 맡아도 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만 여길 것이 아니다. 국힘당은 애초에 “계엄 선포가 위법이냐”고 막말 해대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고, 이 같은 국힘당의 몽니 부림은 내란특검을 애초에 무산시킬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한겨레, 2025.1.14.)
이런 몰상식 앞에 다소간의 양보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여전히 상식에 호소하는 민주당의 접근은 하릴없는 것이다. 윤석열이 ‘한남 산성’에 버티고 앉아서, 총을 쏴라, 아니면 칼이라도 들라 하고 경호원들에게 지시한다는 말이 회자하는 것도, 국힘당의 이 같은 몰상식과 같은 맥략에 있다. 이들은 '상식'이 아니라, 마직막 순간까지 ‘힘’의 논리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힘이 크거나 적거나를 막론하고, 또 용산에 있거나 한남동에 있거나를 막론한다.
민주당이 ‘상식’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특별검사 추천권을 제3자(대법원장과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에게 넘기고, 그에 대한 거부권마저 포기한 것은 앙꼬(속알맹이) 없는 찐빵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특별검사의 임명권을 국힘당의 주도권 하에 넘김으로써, 내란특검법은 누더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더기조차 한층 더한 누더기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가 “오늘 법사위에서 통과되는 이 법안에 대해 혹시 미세 조정할 게 있다면 여야 양당 지도부에서 해결해 줄 것을 법사위원장으로서 부탁드린다”며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추가조정 가능성은 국힘당의 힘이 다 소진하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다소간, 아무리 양보해도, 국힘당이 여전히 딴지 걸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한겨레, 2025.1.13.)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빌미로 최상목은 여저히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한겨레, 2025.1.14.) 상식 아닌 힘의 논리에 의거하는 한 그러하다.
민주당의 양보가 거듭되는 가운데, 윤석열은, 그에 대한 지지부진한 체포가 집행될 것인가의 여부를 떠나, 설사 궁극에 가서 체포가 된다 하더하도, 그와 함께 다소간 그에 동조한 국무위원 등에 대한 마땅한 단죄는 물 건너갈 전망이다. 윤석열을 체포하기도 전에, 내란 공범 혐의자들이 빠져나갈 쥐구멍을 다 만들어 놓을 것이고, 그래서 내란특검법이 출범할 때는 이미 내란 이전과 같은 편의주의, 관행적 여야 짬짜미가 십중팔구 국회를 지배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윤석열 체포가 미뤄지는 것을 두고 모두 공수처장의 저울질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런 비난도 반드시 타당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윤석열 체포가 지지부진한 것은 최상목도, 오동운(공수처장)도 더 이상 다수 민주당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을 체포하기 전에 그냥 개기면, 내란특검법 재발의에서 보듯이, 민주당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윤이 체포된다고 하더라도, 윤과 국무위원 등 그 일당에 대한 내란특검은 원만하게 진행될 수가 없다. 민주당이 국힘당의 요구를 대거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 그 단서이다. 지금도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다쓰는 국힘당, 그 국힘당과 공조, 짬짜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것은, 국회에서 힘이 빠지니 십중팔구 헌법재판소에서도 힘이 날 리 만무할 것 같다는 사실이다. 이미 검찰이 헌법재판관을 정면으로 조준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이창수가 헌법재판관 이미선을 겨누고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그러하다. 이유는 이미선이 내란 혐의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록을 내놓으라고 요청했고, 이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논리가 두 가지 점에서 말이 안 된다. 첫째, 재판을 하려면 객관적 사실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렇게 내놓고 사실을 호도한 채 눈감고 재판하라며 어깃장을 놓나? 둘째, 수사 기록을 내놓으라는 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점을 헌법재판관이 어떻게 미리 알 수가 있나? 지금 수사 중이라 결론도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기록이 피의자에 불리한지 여부를 재판부가 어떻게 미리 알 수가 있나?
헌법재판소에서 검찰에게 수사 기록을 내놓으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려는 의도 때문일 수가 없다. 수사 기록의 내용을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야 어느 쪽에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알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요구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해석한 검찰의 행위야말로, 수사 기록을 눈앞에 문서로 보고 있을 검찰이 그것이 피의자에게 불리한 비위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임을 자백하고 증명하고 있는 것일 뿐이며, 한편으론 피의자에 편승하여 막무가내 그것을 은폐하고 싶은 서울중앙지검 혹은 이창수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다른 한편, 윤석열을 체포도 하기 전에 윤석열 체포 이후 내란 조사를 무력화할 기획(플랜)이 이미 가동되고 있다. 검찰은 내란에 연루된 한덕수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무혐의 처리할 것이라는 점을 가시적으로 흘리고 있다. 국힘당은 12.3 친위 쿠데타 이후 6일간만 특검하자는 자체 특검법을 내겠다고 함으로써, 혐의자의 내란 이전의 사전 모의 행위를 깜깜이로 몰아넣어 무죄로 몰아붙이고, 또 현재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수 있는 각종 제2 내란 행위에 대한 조사와 예방 효과를 깡그리 제거하려 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 짬짜미하여 내란특검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용단 있는 결정을 애초에 무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국회에서 전의를 상실한 마당에, 헌재가 왜 전방에 나서 총알받이가 되려 할 것인가?
이미 헌법재판관을 겨냥하여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윤석열이 임명한 중앙지검 이창수가 헌법재판관 이미선을 수사 대상으로 소환조사한다는 말이 회자하기 때문이다. 또 경찰에서는 헌법재판관의 신변을 염려하여 경호인력을 배치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회 다수당이 여당 국힘당의 짬짜미에 포섭되어 전선에 구멍이 나고 있는 판에, 헌법재판소에만 버티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국힘당의 몽니 부림이 아니라, 민주당의 전열이 흐트러져 짬짜미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모든 기획의 중심에 국회의장 우원식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우원식은 항시 여야 합의를 종용해 왔고, 또 국힘당과 민주당 수박들이 예전부터 구가하던 내각제, 혹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미화되는 (책임)총리제의 주창자이기 때문이다. 12.3일 그날 밤 국회 담을 뛰어넘는 모습이 뼛속에 스며있는 그의 여야 ‘협치(짬짜미)’ 타령까지 불식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