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있는 곳에 책임이 따라가는 것, 양자는 분리되는 것 아니다
중간 평가하면 책임 강화된다는 이재명의 논리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이재명의 구호는 국민을 들러리 세우는 것
법정이 깨끗하기를 마냥 기대할 것이 아니라
깨끗하지 못한 판사를 처벌하는 권한을 국민이 확보해야
윤석열(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전제주의 독재를 척결하고 자유를 수호”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파면 이후 마침내 국힘당을 탈당(5.17)하던 날도, “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한국경제, 2025.5.18.)
윤석열이 재임 2년 반 동안 추진한 정책이 부자 감세였던 점을 보면, 그가 말하는 ‘자유민주’는 가진 자들이 누리는 것이고, 그가 척결해야 할 전체주의는 십중팔구, 가지지 않은 이들이 포함되는 전체 민중이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맥락에서 법치도 가진 자들의 특권을 옹호하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석열의 이 같은 가치관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다소간 현재 한국의 위정자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혼자였다면 이렇듯 정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싸움은 윤석열만이 아니라, 다수 대중의 정치적 발언권을 부정하고, 소수 기득권의 특권을 옹호하고자 하는 일정 세력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한편, 이재명이 정치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편에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안하고, 다른 한편에 개헌 관련하여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자 관련하여, 이재명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 등 제안을 했다.
여기에 논리에 닿지 않는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한다는 것인데, 책임과 권한이 어떻게 분리되나? 권한을 가진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다. 권한이 없는데, 무슨 책임을 지나?
이재명은 권한과 책임 간 상관관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권한을 분산하면 분산되는 만큼 책임이 줄어들고, 그만큼 권한을 행사하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위험부담도 줄어들고, 공동체에 미치는 피해도 적어진다는 뜻이다. 이렇듯 위험부담의 축소는 그 함의가 대단하다.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실수나 탐욕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는데, 거기서 오는 위험부담이 줄어진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 권한의 분산은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대통령 산하의 행정부는 물론, 국회, 법원, 검찰 등, 현재 물의를 빚고 있는 모든 기관에 적용되어야 한다. 대통령 권한만 분산하고 총리 임명에 국회 동의를 받는 것 정도가 아니라, 국회 자체의 권한을 분산하여 지역 자치 의회로 보내야 하고, 지역마다 지역 정당을 활성화해야 한다. 중앙 국회에서 다 틀어쥐고 앉아서 말단세포 구청장까지 지역구 국회의원이 콩 놔라 팥 놔라 할 일이 아니다.
권력의 분산은 이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기관 몇 개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지역 분권이 아니라 기관의 이전일 뿐이다. 기관 이전을 지역분권인양 떠들어댈 것이 아니다.
중앙 권력의 지역 분권뿐 아니라, 위정자 및 관료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민(民)에게로 이전해야 한다. 법원, 검찰 개혁은 그 권력을 민의 통제하에 두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검사장, 법원장 등은 교육감처럼 민선하고, 법원 재판에는 법조계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재판관으로 참여하여 상식으로 재판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같은 민주정치가 실현되지 못한 것은 민중이 우매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전유한 관료들이 중앙집권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권력에 대한 탐욕은 식민지배는 물론 이승만 이래 독재정권의 산물이다. 국민 민중이 주인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것은 정언명령이다. 이재명이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선심 쓰듯이 줄까 말까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대의과두체제인 국회에서 결정할 일도 아니며, 대통령 및 행정부에서 재단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민주를 배반하고 국민의 주인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국힘당 대선후보 김문수가 공약에서 교육감 민선제를 없애겠다고 한다.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감 민선제를 없애고 지자체장이 ‘런닝메이트(동반자)’로 임명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가능한 한 국민 민중의 발언권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검찰개혁에서 이재명은 현재 검찰이 배타적으로 가진 (형사) 기소권을 다른 기관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형사기소권은 민사와 같이 개인도 보완적으로 가지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검사가 형사 기소하지 않을 경우, 개인이 할 수 있으며, 영국에서는 아예 검사가 아니라 개인이 형사 기소권을 갖는다. 민주국가란 관료 위에 국민 개개인이 위치하는 것이지, 관료가 개인 위에서 명령, 지시,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위 첫째보다 더 황당한 것으로서, “중간 평가를 도입하면, 대통령의 책임이 강화된다”고 한 것이다. 중간 평가를 도입했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그런 무책임은 충분히 가능하다. 국회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선택지가 크게 두어 가지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그중에서 뽑히게 되는데, 뽑고 나면 여야가 짬짜미하고, 그놈이 그놈 같아 실망을 안겨줄 뿐이다. 지금까지 판판이 그래왔다.
게다가 윤석열 같은 이가 다시 올라오면, ‘배 째라’하고 나자빠질 판인데, 거기다가 중간 평가한다고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하는 이는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은 한 사람이 지지해도 내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타인의 평가 같은 데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이다. 12.3 내란을 거치고도, 이재명은 중간 평가(연임을 전제로 해서)를 도입해서 책임을 강화하도록 하자는 말이 나오나? 아니면, 앞으로 윤석열 같은 이는 안 나오고, 이재명 같은 이만 나올 것이라고 보증할 수 있나?
평가하면 책임이 강화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무책임할 때, 뽑은 이가 당장에 축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것도, 무책임하고 난 다음이 아니라, 무책임할 것 같다는 심증이 들 때도 바로 축출할 수 있어야 피해가 최소화된다. 12.3 내란이 일어나고 난 다음이 아니라, 그 전에 약간의 의혹, 낌새만으로도 국민 민중은 뽑은 이를 축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정치는 법의 영역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뽑을 때,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다. 잘할 것 같아 뽑았는데, 못한다고 판단되면 바로 쫓아내야 하는 것이다. 국민소환은 법적 절차가 아니고, 합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의 총제적 의사로 파면을 결정하는 것일 뿐이다.
‘법치’를 입에 달고 다니는 윤석열이 가장 혐오하는 ‘전체주의 독재’라는 것이 바로 국민의 총제적 의사(민주)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전체주의 독재는 일인 독재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윤석열은 일인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2.3 내란을 기획했다.
윤석열과 달리 이재명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을 외고 다닌다. 그런데 그 주인이라는 것이 주인 행세를 못 하는 들러리이다. 공직자를 직접 처벌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평가만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민주정치의 핵심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해한 데서 오류를 범했다.
민주의 핵심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대해 국민 민중이 감시하는 것이며, 민중이 공직자에 대해 직접 감독, 처벌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재명은 경남 창원에서 치러진 부산·경남 지역 유세에서, “내란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법정은 ‘깨끗한’ 법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도, 위 같은 맥락에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법정이 깨끗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에 대한 대책을 국민 민중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감독, 처벌의 권한이다. 깨끗하기만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신도 아닌 이재명이 깨끗하게 하고 싶다고 해서 법원이 다 정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내란 세력은, 법정을 통해서만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란은 사사로운 것이 아니라 공적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므로, 피해 당사자인 국민의 뜻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것은 사법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총체적 집단으로서의 국민은 법의 노예가 아니라, 법 위에 존재해야 한다.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체포를 방해하고 탄핵에 반대한 데 이어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전 국무총리),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절차를 무시한 조희대(대법원장), 날 수가 아니라 위법하게 시간수로 계산하여 윤석열을 ‘탈옥’케 한 지귀연(판사) 등은 현행범으로 구속부터 해야 한다. 명백하게 위법한 현행범은 사법절차를 다 거치기를 기다려 구속할 것이 아니다.
행정부가 현행범을 구속하지 않고, 또 국회의 일부가 내란에 동조할 때, 행정부, 국회를 상회하는 권위로서 국민의 총체적 의사가 존재해야 하고, 이것은 국민투표에 의한 것이다. 총체적 국민의 뜻은 다수결로 판가름 난다. 이것이 윤석열이 ‘전체주의 독재’로서 이해하고 척결하려 했던 것이다. 민중의 주권이 다수결을 통해 표현되는 다수결의 민주를 윤석열은 ‘전체주의 독재’인 것으로 매도하고, 그 대신 소수 특권층 혹은 일인의 독재를 구축하려 했다. 전자는 부자 감세에서, 후자는 12.3 내란을 통해 증명된다.
이재명은 “정치는 정치가가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하고 국민을 들러리 세우려 할 것이 아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하면 대통령의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는 이재명은 국민이 하릴없는 호구인 줄로 아는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 4년 연임제 주장하기 전에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감독, 처벌권부터 제도화해야 한다.